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시향과 착향 차이가 심하다. 무게감 덜한 라일락 향수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
예전에 이세이미야케 로디세이 향수를 시향했을 때 좋았던 것 같은 기억이 있어서 (사실 이것도 가물가물하다) 올리브영에서 발견해보고 시향해본 향수.
시향지로 먼저 시향해봤을 때는 '프레쉬'라는 명칭처럼 여름에 쓰기 좋은 산뜻한 물향이 나서 오 괜찮은데? 싶었다.
그외에 다른 향조는 잘 안 느껴졌고.
나는 상쾌한 물향을 좋아하는 편이라 바로 착향해봤다.
하지만 실제로 착향해보면 시향지에서 느껴졌던 산뜻한 물향은 거의 1-2분만에 날아가고 라일락 향기가 곧바로 올라온다.
(나는 여기에 라일락 향조가 있는 줄 몰랐다)
문제는 내가 라일락 향조를 싫어한다는 것 ㅎ
거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우웩 싫어"라고 반응했던 향수가 헤라의 문워커인데 이게 라일락 향이 강하게 나는 향수다.
그리고 난 그거 뿌려보고 향수 잘못 뿌리면 멀미한다는 걸 처음 배웠다.
사실 라일락 향 자체는 좀 고아한 분위기가 있고
고가의 앤티크 가구들이 즐비한 저택에서 날 것 같은(?) 부내 나는 향이라서
어울리는 사람이 뿌리면 좋을 향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울리는 사람'이라는게 내 기준 좀 나이대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향조라
나한테는 항상 흐트러짐 없이 다니는 멋진 중년 여성이 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결국 나한테는 라일락은 느끼하게 느껴지는 게 있고 ㅎ
그냥 한마디로 나는 라일락 향을 살짝 올드하고 느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도 이 드롭 디세이는 그래도 덜 느끼하고 덜 올드하게 느껴지긴 했다.
향수 컨셉상 봄/여름에 좀 더 어울리는 느낌으로 출시한 향수인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향의 펀치력이 크지 않아 그런 것 같다.
라일락 향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좀 가볍고 가격대 괜찮은 향수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한번 권해볼 만 하다는 생각은 든다.
사람으로 치면 고풍스러운 복장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 (???).
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 <엠마> 스틸컷의 안야 테일러 조이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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