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향덕은 아닙니다만] BDK 그리 샤르넬 (GRIS CHARNEL) EDP

0koh 2024. 7.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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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차가운 도시의 따뜻한 무화과.
 
리퀴드 퍼퓸 바에서 한번 시향해보고 반했다가
가족의 면세 찬스를 통해 100ml에 11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눈 뒤집혀서) 구입한 향수.
여름에 쓰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향인데도 일단 질렀고 얘 때문에 날씨가 시원해지기를 더워지기도 전에 기다리는 중이다.
 
초반~중반에는 무화과의 달콤한 향이 지배적이다.
무화과 외에도 '달콤하다'는 인상을 주는 향조가 또 있는데 정확히 뭔지 짚기는 나에게는 조금 어렵고, 그냥 노트를 봤을 때 그게 카다멈이 아닐까 추정 중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달콤한 느낌이 꽤 있고, 후반부로 가도 통카빈이 있기 때문에 변조된 향에서도 달콤한 인상은 계속 이어진다.
다만 후반부에서는 샌달우드 향이 강한데 그 안에 통카빈 향이 담겨있는 느낌.
 
하지만 이게 그냥 단순하게 달콤한 게 아니라 되게 도시적인 인상이 있어서
사랑스러운 느낌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정말 연하게 쌉싸름하고 스모키한 향이 느껴지는데 (아마 베티버 버번 향일 것 같다) 이 부분이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나는 스모키한 향조가 조금만 잘못 들어가도 그냥 향신료 들이부은 것 같이 발향되는 사람인데, 이 향수는 스모키한 향이 그렇게 증폭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쌀쌀하고 추적추적 비 오는 날씨에 각 잡힌 코트의 깃을 세우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도시 남자의 향 같다.
근데 이제 그 사람 자체는 매너 있고 젠틀할 것 같은? ㅋㅋ
코트를 즐겨입고 전체적으로 골격 있는 사람이 뿌리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향수. (나는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유명인으로 떠올려보면 깔끔하게 정돈된 스타일링의 유태오가 떠오른다.
유태오처럼 어른 남자 / 어른 여자 이미지의 사람 (혹은 그런 느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릴 향.
 

 
개인적으로 10월 쯤 영국 런던에 가서 비 오는 날 이걸 뿌리고 돌아다니면 무드가 잘 맞을 것 같다.
 
도시 남자의 향이라 했지만 사실 중성적인 향을 선호한다면 여자도 충분히 쓸 법한 향이다.
달콤하지만 도회적인 느낌의 향을 찾는다면 시향해보길 추천.
지속력도 훌륭하다.
(오히려 너무 훌륭해서 여러 번 뿌리면 안될 수준)
 
다만 엄마 찬스를 쓴 거라 엄마 친구분들이 나보다 먼저 이 향을 맡게 되셨는데
향수에 큰 관심 없고 그냥 무난한 플로럴 향을 선호하는 60대 여성들에게는 "담배 냄새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ㅋ...)
베티버에서 기인한 쌉쌀하고 스모키한 향 때문일 거라고 추정 중인데,
아무튼 향수에 관심이 없거나 쌉싸름한 향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불호일 수 있으니 만나는 사람에 따라 주의해서 뿌릴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호호호호.
가을/겨울 동안 신나게 뿌리고 다닐 예정.
 

뭔가 이런 이미지가 연상 된다. 으슬으슬한 날씨의 잿빛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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