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은 아닙니다만] 에르메스 (Hermes) H24 EDP

 

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생각보다 달콤하다. 이걸 구입하기 보다는 태연이 썼던 EDT를 시향해보고 싶음.

 

다른 사람들 후기랑 노트를 봤을 때 이건 내가 싫어하기 힘들다 싶어서 착향해봤는데

나에게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발향되어서 ??? 싶었던 향수.

 

향 설명을 봐도 굉장히 그리너리하고 이끼 냄새가 날 것 같은 향수였는데,

정작 내가 착향을 했을 때는 허브향이나 이끼향 같은 건 초반에만 약하게 나다가 그마저도 금방 날아갔다.

 

대신에 굉장히 복합적인 과일 단향과 수선화향이 강하게 났다.

복합적이라는 말은 특정 과일을 지칭할 수 없는 느낌이었단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라탄 바구니에 담긴 과일 꾸러미가 연상됐다.

다만 열대 과일처럼 단맛이 농밀한 과일들 말고 좀 물 많은 한국 과일들이 연상되는 느낌.

 

실제로 에르메스 매장에서 착향해보고 내가 좀 놀라서 '생각보다 단 향이 나네요?'했더니

계시던 직원분이 '과일 향도 노트에 포함되어 있어요'라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정작 에르메스 홈페이지나 프래그런티카 (Fragrantica)에서 노트를 봤을 때는 과일 향조는 전혀 없어서 여전히 의문인 상태.

 

내가 원래도 휴먼 스위트 & 스파이시한 향 증폭기이긴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향수에서 단향을 강하게 느껴서 조금 놀랐다.

사실 그 단내가 거슬리거나 어지러운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H24에게 기대했던 바이브는 아니라서 구매는 안하기로 결정.

 

아무래도 EDT라면 이런 단향이 좀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서 EDT로 다시 착향해보고 싶다. (EDT가 태연이 사용한다고 소개했던 향수)

 

이런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노트 구성만 보고 냅다 블라인드 구매하는 건 비추고, 꼭 착향해봤으면 하는 향수다.

적당히 프레쉬하고 달콤한 느낌이 있는 수선화향 향수가 좋다면 한번 시도해볼 법 하다.

 

내 코에는 달콤한 느낌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남성 향수 라인이라서 그런지 성별 구분 없이 사용해도 상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중요한 건 이미지일듯.

터프하거나 힙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이질적일 수 있다.

에르메스 남성복 라인을 입은 하얗고 단정한 이목구비의 남자가 뿌리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 준지 입는 사람 안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