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에게서 날 것 같은 향.
이번에 한국에 신규 런칭한 프랑스 향수 브랜드 베르투스(Vertus) 향수들을 시향해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중 맡아보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향수가 이 로즈 모로코였다.
(사실 대부분은 향수가 너무 어지러울 정도로 깊은 플로럴/머스크향이 나거나 지나치게 스파이시해서 내 취향인 향수가 거의 없긴 했다)
평소 장미 향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로즈 모로코는 장미 향과 함께 상큼달달하면서도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나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미 향수들과는 조금 다른 킥이 있는 느낌을 받아서 괜찮았다.
사실 향신료 향은 (나를 포함해서) 한국 사람들이 선호할 향은 아니지만, 로즈 모로코 속 향신료의 느낌은 낯선 게 아니라 오히려 향을 다층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역할을 해주는 인상을 받았다.
이 부분은 아마도 탑 노트에 사과와 샤프론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플로럴/프루티한 느낌은 좀 연해지고
따뜻하고 포근한 통카빈, 그리고 앰버와 머스크 향이 좀 더 앞으로 치고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베르투스 향수들이 전반적으로 그렇긴 했는데, 로즈 모로코도 시간에 따른 트레일 변화가 꽤나 명확히 느껴지는 편이다.
로즈 모로코는 향조 하나하나도 그렇고 그 조합도 그렇고 트레일의 변화까지도 엄청나게 풍성하고 화려한 인상을 주는 향수였다.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에게서 날 것 같은 향이었는데,
특히 Lean한 드레스 말고 치맛단이 엄청나게 풍성하고 화려하면서도 색상은 파스텔톤인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연상됐다.
로즈 모로코에서 느껴지는 장미가 붉은 장미가 아니라 핑크빛 장미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참여한 연예인이 연상될 정도로 향 자체가 꾸꾸꾸꾸의 느낌이라
데일리 향수라기 보다는 특별한 날 차려입었을 때 매치하고 싶은 향수.
이런 향을 데일리로 내뿜는 사람이 있다면 기상캐스터나 아나운서처럼 업무 상 항상 갖춰입은 채로 남들 앞에 서는 일을 하는 사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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