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소나기가 온 직후 붉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을 걷는데 실수로 블랙 커런트 열매를 짓이겨 밟았을 때의 향.
예전부터 '토마토 꼭지 향이 난다'는 평이 신박하기도 했고,
비 오는 날 뿌리면 그렇게 잘 어울려서 '비뿌르단로'라는 별명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을 뿐더러
워낙 유명한 향이다보니 궁금해하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시향하게 된 향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토마토 꼭지 향'으로 느낀 사람들의 생각에 꽤나 공감이 간다.
장미 향이 맞기는 한데 장미 꽃 자체에서 느껴지는 향만큼이나 장미 꽃받침 향이 강하게 나서
붉은색 장미 꽃잎만큼 진녹색 장미 줄기가 함께 연상되는 향이다.
특히 비가 그친 직후 정원 같은 곳을 가면
물에 젖은 식물 줄기 특유의 냄새가 확 느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딱 그런 느낌의 향이라서 소나기가 온 직후 붉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을 거니는 느낌이다.
쌉싸레하고 눅진한 흙향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서
야생 장미밭은 아니고 정원의 이미지가 좀 더 맞는 것 같다.
그와 함께 블랙커런트나 블루베리가 연상되는 단단하지 않은 베리류의 과일 향이 나서
식물 밑둥 향이 너무 강해지면 씁쓰름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향조가 전체적으로 써지지 않도록 잘 막아주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그리너리+플로럴+프루티의 자연스러운 바이브는 분명 가지고 가면서도
또 지나치게 자!연!은 아니라는 점이 롬단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롬브르단로에서 느껴지는 자연 한 스푼은 '비 온 뒤 정원의 향'이다보니
비 오는 날 이 향수가 인기 많은 이유도 꽤나 이해가 된다.
롬단 뿌리면 비 오는 날 외부의 여러 향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인 향을 내뿜을 수 있을듯.
하지만 마냥 자연적이고 고요한 향이라고 하기에는 롬브르단로는 꽤나 고혹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느낀다.
시든 꽃 하나 없이 만발해있는 붉은 장미 정원이 연상되어서 그런듯?
사람으로는 퍼스널컬러가 겨울쿨톤 스트롱일 것 같다 ㅎ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배우 임지연이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마젠타 자켓을 걸쳤을 때가 연상된다.
캐릭터 박연진은 너무 쓰레기라 (...) 그 내면 말고 외면만 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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