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향덕은 아닙니다만] 제르조프 (XERJOFF) 토리노21, 니오, 오페라 EDP

0koh 2024. 7. 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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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네이버 '향수사랑' 카페 체험단에 당첨되어 운 좋게 제르조프 여름 향수 3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 에르바 퓨라를 시향해보고 그 향의 풍부함에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던 브랜드인데,

이번에 체험해본 토리노21, 니오, 오페라도 전부 향이 풍부하고 호불호와 별개로 정말 향에서 부내가 나는; 느낌이었다.

 

1. 토리노21

 

 

제르조프의 고향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인 Nitto ATP 파이널을 축하하는 의미로 출시되었다는 토리노21은

그런 배경 전혀 모르고 맡아도 정말 신선하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눈앞에서 그려지는 향이다.

 

탑 노트에 민트, 레몬, 타임, 바질이 있다는데 내 코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민트(스피아민트)와 바질 향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정말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햇빛 쨍쨍한 날 야외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운동하다가도 이 향을 맡으면 순간 상쾌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중후반부에는 자스민, 라벤더 등의 플로럴 향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오히려 로즈마리와 버베나가 좀 더 느껴졌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향이 푸르르고 자연스럽다는 인상이었다.

정말 인공적인 느낌 1도 없음...

 

전반적으로 곱고 여린 느낌보다는 활기차고 건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향수라서

여름에도 야외 운동을 좋아하는 에너제틱한 사람에게서 이런 향이 난다면 정말 잘 어울린다 생각할듯.

테니스, 러닝, 사이클, 서핑 같은 역동적인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연상된다.

 

민트 향이 꽤 강한 편이라서 민트 향을 좋아한다면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해도 될 것 같지만

굳이 나누자면 활동적이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자 이미지가 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연령대 상관 없이 쿨하고 스포티한 이미지의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Unsplash

 

 

 

2. 니오

 

 

니오는 별빛의 반짝임을 담은 Shooting Starts 컬렉션 중 하나로 출시된 향수라는데,

솔직히 말하면 니오의 향을 맡고 은하수나 반짝이는 별 같은 이미지는 크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

 

그렇다고 니오의 향이 별로라거나 하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정말 좋다.

 

니오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시트러스 계열 향수'겠지만

단순히 상큼한 시트러스 향만 나는게 아니라 그와 함께 푸른 잎사귀 향, 흙향, 그리고 후반부에는 은은한 우디향까지 함께 느껴져 정말 자연적이고 풍부한 향이 난다.

 

개인적으로 흙향, 소위 말하는 얼씨(earthy)한 향이 너무 강하면

향이 좋은 것과 별개로 사람 몸에서 나기에는 조금 애매한 향이라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니오의 흙향은 딱 향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역할만 해주는 정도라서 착향을 하는데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흙향과 함께 옅게 느껴지는 자스민도 소위 '꼬릿하다'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인돌릭한 느낌이 꽤 있지만

자스민 향 자체가 워낙 은은하게 나서 그 꼬릿한 느낌은 손목에 코를 파묻지 않는 이상(...)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느낌들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더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저 멀리 베르가못 나무들이 쭉 심어져있는 작은 언덕을 산책하고 있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주변 식물들도 우거지고 울창한 느낌이 아니라 허리 아래로 오는 작은 나무들과 잔디들만 있는 그런 곳.

 

니오에서는 베르가못 향 만큼 네롤리 향도 꽤 비중 있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네롤리 오일이 긴장 완화를 위한 아로마 오일로 자주 활용되는 만큼

나는 네롤리 향을 맡으면 명상을 하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서인지 니오도 맡는 순간 근육의 긴장이 쫙 풀리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상큼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향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향수.

 

별빛의 반짝임은 연상되지 않았지만,

마치 별빛의 반짝임처럼 여리고 은은한 이미지의 향이라

화장기 없는 수수한 소녀가 초여름날 푸르른 언덕을 걷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사람은 로맨틱한 흰색 원피스 입고 라탄 바구니에 보터햇 쓰고 있을 것 같은 느낌 ㅎ

 

시트러스 느낌은 없지만 뭔가 이런 이미지가 연상된다. @Unsplash

 

 

 

3. 오페라

 

 

개인적으로 이번에 맡아본 제르조프 썸머 향수 3종 중에서 가장 맡자마자 '와, 이게 뭐지?!' 하는 기분이 들었던 향.

 

토리노21은 민트 향, 니오는 베르가못 향이 초반에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딱 여름 향수다운 향이 난다.(위에서 길게 설명한 것만 봐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 둘이 단순한 향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오페라는 둘과는 다소 다르게 우리가 보통 여름 향수 하면 떠올리는 느낌과는 꽤나 다른 향이 난다.

 

향신료의 스파이시함도 느껴지고, (넛맥의 향으로 추정)바닐라와 앰버의 달달함도 느껴지고,머스크와 시더우드의 따뜻함도 느껴진다.

 

이런 향의 느낌만 보면 분명히 가을/겨울이 아니고서야 엄두도 안 나는 향수여야 할 것 같은데,정작 향을 맡아보면 여름에 사용해도 거리낌이 없을 것 같다.

 

내가 느낀 모든 향조들이 정말 절묘하게 뒤섞여 있고, 그 강도도 강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개인적으로 이게 정말 신기했고 이 향수의 매력 포인트라고 느꼈다.

 

향의 계절감을 결정하는 건 향조라고 생각했는데,오페라는 향의 강도와 밸런스로 계절감을 조절한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은은하게 달달하고 스파이시한 인상을 주는 향수라서평소에 바닐라 향도, 스파이시한 향조도 안 좋아하는 나도 큰 매력을 느낀 향수.

 

그리고 오페라는 정말... 발향력이 미쳤다 ㅋㅋㅋ토리노21, 니오도 여름 향수 계열 중에선 지속력/확산력 모두 우수한 편인데오페라는 한두번만 뿌려도 지속력도 확산력도 좋게 유지된다.

 

여름에도 무채색 옷을 선호하고,항상 포멀하게 드레이프 블라우스나 셔츠 + 슬랙스 같은 차림으로 다니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고급스럽고 우아한,으-른 여자 으-른 남자 바이브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성별 구분 없이 추천할 만하다.

 

@NET-A-PORTER

 

 

 

본 리뷰는 라뜰리에 데 퍼퓸으로부터 샘플을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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