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은 아닙니다만] 프라팡 라스카리나 (Laskarina) EDP

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프레시한 인상의 보송보송 배 파우더 향. 은근하게 달콤하다.

사실 엄청 취향 안에 드는 향수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구매 전후 뿌려보면서 '재밌다'라고 느꼈던 향수.

사실 구매 전에는 잠실 롯데월드몰 리퀴드퍼퓸바에서 시향지로만 시향해보고 엄청 달달하고 상쾌한 과일 향이 난다고 느꼈었다.
시향지로 시향해봤을때는 물기 있는 과일 원물의 인상이 꽤나 짙게 느껴졌었다.

근데 정작 구입해서 직접 착향해보니 신기하게도 전혀 다르다 ㅋㅋㅋ
내 몸에서는 꽤나 파우더리하게 발향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서양 배를 건조시킨 다음 빻아서 프랑킨센스 향이 나는 파우더와 섞으면 이런 향이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양 배의 향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 원물 자체가 아니라 그걸 건조시켜서 분말 형태로 가공한 게 연상되어서 일반적인 과일 향 향수와는 또 노선이 많이 다르다.
프랑킨센스도 정확히 맡고서 "프랑킨센스 향이다"하고 와닿는 건 아닌데
약간 특정할 수 없게 묘하지만 편안한 향이면서.. 달콤한 인상도 있으면서.. 전반적으로 밝고 프레시한 인상이 있는 게 프랑킨센스 향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프래그런티카 리뷰를 봤을 때 사람마다 느낀 향이 전혀 달라서 더욱 재밌었던 향수.
나에게는 후추 같은 스파이시 X 우디 X 플로럴 X 자몽 X이었고
달콤 보송한 향으로 다가온다.
보통 파우더리하고 달콤하면 좀 인위적이고 (과하게) 자기주장이 강한 느낌의 향이 되기 쉬운데 신기하게 라스카리나는 그렇지 않고 편안하게 빠지는 향이라는 점에서 재밌다고 느꼈다.

향수 설명을 찾아보면 스파이시 우디 계열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스위트 프루티 파우더리(라는 계열이 존재한다면) 계열로 분류하고 싶다.

이런 향이 나는 사람은.. 긍정적일 것 같다 ㅋㅋㅋ
쉽게 좌절하지 않고 세상과 사람의 아름다운 조각들을 잘 포착하는 따뜻한 사람이 연상되는 향이다.
화려한 인상이나 스타일을 가지진 않았지만, 특유의 낙관성과 긍정성 때문에 절로 눈길이 가는 사람이 그려지는 향.
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주고 싶은 날 뿌리곤 한다.
약간 회사에서 질문하면 잘 받아주는 선배 바이브임 ㅋㅋㅋ

유니섹스 향이라곤 하나 여성들이 좀 더 선호할 분위기의 향이고
확산력은 괜찮았지만 지속력이 EDP치고는 아주 긴 편은 아니라고 느꼈다. 4-5시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