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그냥 이 밑의 모든 문장은 어나더13한테 패대기 쳐진 사람의 한탄문 같은 거임 블라인드 구매 절대 금지 1위 향수.
사실 어나더13이 소위 '간택 향수'인 건 너무 유명해서 이렇게 향 후기를 남겨놓는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지긴 한다.
사람마다 발향되는 향이 다르고, 심지어 한 사람에게 뿌려도 맡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향수니까 말이다.
그니까 이 글은 향수 후기라기 보다는... 한탄문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어나더13을 시향지로 맡아봤을 때는 꽤나 맘에 든다고 느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시향지로는 이런 분자 향수들의 향은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시향지에 뿌려진 어나더13에서는 아주 단선적인 살냄새에 가까운 고요한 머스크향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머스크 향이 조금만 강렬해져도 코가 막히는 느낌을 받거나
아님 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의 외국인 살냄새(...)를 연상하게 되는 사람인데
시향지 버전의(...) 어나더13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포근하고 청결한 살냄새가 연상되는 잔잔한 머스크 향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시향지에서 느낀 향으로만 발향이 된다면
몇 안되는 내 호감픽 머스크 향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착향을 해봤다.
하지만 어나더13이 나를 버림 ㅎ
사실 딱 처음 뿌렸을 때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5분 정도 지나면서 약간 후추가 연상되는.. 매캐하고 까실까실한 향이 올라오더니
한두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나더13에게서 버림 받은 사람들에게서 난다는 수술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내 피부에 착향한 어나더13의 종착지는 깨끗하게 소독된 차가운 금속성 물질의 냄새.
마음 아팠으나... 그래도 무지성 블라인드 같은 거 안하고 착향해보길 잘했다는 교훈은 얻을 수 있었다 ㅎ
다만 또 같이 뿌렸던 사람은 내가 시향지에서 느꼈던 것처럼 말도 안되게 포근하고 조곤조곤한 분위기의 살냄새로 표현이 되었다.간택만 받는다면 사용할 가치는 충분한 향수다.
물론 간택 받았는데 내가 100ml에 44만원을 써야한다는게 문제일 수 있겠지만 ㅎ
이처럼 사람에 따라 너무나 다른 향수라 블라인드 구매 절대 금지인 건 당연하고,
착향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는 것도 절대 비추다.
뿌려보고 몇 시간은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는 향수.
언제 뒤통수 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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