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향덕은 아닙니다만] 르 라보 (LE LABO) 코리안더39 EDP

0koh 2024. 9. 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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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고수 향 그냥 투명하고 촉촉한 푸른 잎의 향. 하지만 차라리 고수 향 나는게 더 소장가치 있었을듯.

 

르 라보 시티 익스클루시브 라인 신상인 코리안더39는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좀 기대했던 향수였다.

왜냐하면 나는 고수 러버이기 때문에 ㅎ

 

고수 향에 대한 호불호가 극강으로 갈리는 건 당연히 알지만

멕시코 시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향수이기 때문에 이국적인 바이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고,

100ml에 70만원이 넘는 정신 가출한 가격의 시티 익스클루시브 라인이라면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그만큼 강렬하고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향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고수 향이 톡 치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미끄덩한 인상을 주는 향이라고 인식하는 편인데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샴푸맛 나는 풀떼기라고 싫어하는 게 아닐까 추정 중)

코리안더39에서는 그런 고수 특유의 코를 순간적으로 콱 막는 것 같은 톡톡한 향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좀 부드럽고 편안한 무드의 풀잎 향이 나는 편.

확신의 그리너리 계열이고, 촉촉하고 투명한 인상을 많이 준다고 느꼈다.

 

정말 딱 이런 이미지가 연상된다. 새벽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푸른 잎.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잎의 느낌은 조금 빠지고 맑은 비눗물이 연상되는 깨끗한 향으로 변한다.

이 비눗물의 느낌이 그나마 고수를 1% 정도 연상시켰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정말 누구도 이걸 고수 향 향수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마무리는 아주 연하고 촉촉한 머스크.

 

예상과는 달리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법한 편안하고 맑은 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딱히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라리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정말 정직한 고수의 향을 독특한 컨셉과 매력으로 풀어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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