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향덕은 아닙니다만] 르 라보 (LE LABO) 가이악10 EDP

0koh 2024. 8.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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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고동색 마루가 깔린 교토 어느 절 법당에서 날 것 같은 정직한 인센스+우디 향.

 

르 라보 시티 익스클루시브 라인은 서울을 모티브로 만든 시트롱28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얘는 취향 아니었다) 8월-9월에만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시향해볼 엄두도 못내다가

얼마 전에 집에 놀러갔던 친구가 가지고 있어서 덕분에 시향해본 향수. (청개구리야 고맙다)

 

시티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쭉 봤을 때 이 가이악 10이 가장 취향일 것 같아서 이전부터 시향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내 취향이긴 했다.

르 라보의 우디 향수로 가장 유명한 (사실 우디 향수 통틀어 가장 유명한) 상탈33은 묘하게 내가 뿌리기는 애매한 느낌이 들었는데,

가이악10은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릴렉스한 바이브의 우디 향이다.

 

상탈33 향이 좋으면서도 내 몸에 뿌리는 건 정작 망설였던 건 상탈33 특유의 바싹 마른(?) 나무 장작 향 때문이었다.

우디 향이라서 좋긴 한데 상탈33은 뿌리면 내가 너무 인간 나무가 되는 기분이었달까 (다프네 간접 체험)

 

근데 가이악10은 그보단 훨씬 온화하고 특정 공간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제공해준다.

한 줄 감상평으로 말한 것처럼 짙은 색의 마루가 깔려있는 조용한 절을 홀로 걸을 때 날 것 같은 향.법당 안에는 향도 조금 피워져 있어서 그 인센스 향도 멀리서 은은하게 나고,새벽에 아주 살짝 비가 와서 조금 촉촉한 날일 것 같기도 하고.(향수가 아쿠아틱한 건 전혀 아닌데 가이악우드 자체가 다른 우디 향에 비해 덜 드라이한 인상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공간을 홀로 걸을 때 날 것 같은 향.

 

도쿄를 모티브로 만든 향수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쿄보다도 교토 이미지긴 하다.

 

과한 묵직함 없는 인센스 + 우디 향이라 내 취향일 수밖에 없긴 한데...솔직히 말하면 100ml에 70만원이 넘는 향수가 이정도 지속/발향력인 건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생각함.

 

향 자체는 나쁠 것이 하나 없는 친구지만 가격 대비 퍼포먼스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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