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유럽 외딴 성에서 사는 귀족이 쓰는 초고급 꽃비누향.
사실 나는 화이트 플로럴 계열을 조금만 잘못 맡아도 느끼하다고 느껴서 화이트 플라워가 메인인 향수들에 굉장히 야박한 편인데, 몇 안되게 좋다고 느꼈던 향수 중 하나가 바로 로렌조 빌로레시의 이페르보리아다.
이페르보리아는 유럽 귀족이 쓰는, 어디서 로열티 인증 같은 거 받은 고급 꽃비누가 연상되는 분위기의 향이다.
그 비누 색은 반드시 흰색이어야 하고 ㅋㅋㅋ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꽃<비누보다는 꽃>비누에 가까웠다.
꽃 중에서도 자스민이나 미모사 같은 느낌의 꽃들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페르보리아는 명백한 화이트 플로럴 계열 향수라고 느꼈다.
좋아하지 않는 계통임에도 불구하고 이페르보리아는 좋았던 이유에 대해서 좀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페르보리아는 그 향이 전체적으로 성글어서 그랬던 것 같다.
화이트 플로럴 + 파우더리함이 모두 느껴지기 때문에 코가 좀 답답하게 느껴지기 쉬운 향 구성인데
그 향 분자(?)들이 띄엄띄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빽빽한 느낌의 향들은 피로도를 느끼기가 쉬운데,
이페르보리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어도 그 분자가 적게 들어오는 ㅋㅋ 느낌이 들 정도로 향의 구성이 성글어서
이페르보리아 안에 향조들 중 불호인 요소가 있어도 그게 역치를 넘어서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을 정도로 그냥 고급+고급+고급이다.
이페르보리아가 사람이라면 위압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는데도
그냥 너무 고급지고 귀족적이라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일 것 같다.
본인 성격도 파티 좋아하고 이런 사람 전혀 아니라서 어디 외딴 성 하나 사서 틀어박혀 지낼 것 같은 사람이 연상된다.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얘기가 있는 모델 비요른 안데르센의 유명한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연상되었다.
다만 굳이 구분하자면 여성들이 훨씬 더 선호할 법한 향수이긴 하다.
차분하면서 단정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뿌리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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