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계피향 꼬냑...인데 호떡 같기도 한.
일단 말해야겠는 건, 왜 유명한지 알겠다 ㅎ
나도 좋았고, 함께 시향한 사람들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좋았다.
(술 향이 나는 향수가 한국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생각한다)
근사한 분위기의 바에서 계피 향이 나는 최고급 꼬냑을 한 잔 따를 때 날 것 같은 향이다.
그 잔 옆에는 프랄린이 두어 개 놓여져있고.
이 시나몬 향과 구어망드 향이 합쳐져서 때에 따라서는 호떡이 연상되긴 하는데 ㅎ
그렇다고 딱 잘라 호떡 향수라고 하기엔 일단 기본적으로 향에서 부내가 너무 난다 ㅋㅋㅋ
호떡이라고 해도 최고급 꿀이랑 수제 계피 가루 넣고 만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나오는 호떡일 것 같음 ㅎ
딱 정확하게 '프랄린을 곁들인 계피향 꼬냑'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을 정도로 시나몬 향과 위스키 향이 가장 강한 향수인 건 맞는데
그와 함께 건포도 같은? 쫀득하게 말린 과일의 향도 느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명한 술 향 향수로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재즈 클럽'도 빼놓을 수 없을텐데
재즈 클럽은 좀 더 위스키 바라는 공간에 갔을 때 날 것 같은 향이라면
이 엔젤스셰어는 그곳에서 내 앞에 놓인 술잔에서 풍길 것 같은 향이다.
그리고 엔젤스셰어가 좀 더 향이 덜 공격적인 게 있다.
재즈클럽처럼 미친 발향력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뿜어내는게 아니라 은은하게 존재감을 풍기는 향수다.
근데 신기한 건 재즈클럽보다 엔젤스셰어가 더 향락적인 분위기가 있다 ㅎ
재즈클럽은 이전에 후기를 남길 때에도 술 향이지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건실한 사람이 위스키 바에 간 모습이 연상된다고 했는데,
엔젤스셰어는 기본적으로 물려받은 부가 많아서 ㅎ 돈 관리하고 사교 모임 다니는 게 업인 사람에게서 날 것 같은 향이다.
그래서 본투비 파티보이/파티걸인 건 맞는데 또 정작 본인은 그렇게 튀거나 이목을 집중받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 연상된다고 할까?
어느 파티를 가도 그냥 바 테이블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는데
이 파티에 있는 모든 인원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그런 사람일 것 같다 ㅋㅋㅋ
향 자체가 너무 부내나고 향락적인 구석이 있어서
잘 차려입었을 때 뿌려야할 것 같은 부담이 다소 느껴지는 향수이기도 하다.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의 딸로 유명한 모델 데바 카셀이 클래식하고 포멀한 스타일링을 했을 때
이런 향이 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저 얼굴이면 뭔들이지만(...) 이처럼 딱 봐도 다방면으로 물려받은 게 많은 상속자가 파티에 갔을 때 날 것 같은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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