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8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를 읽었다.

★★★☆ 나는 전공이었던 통계학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인 엔지니어링도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쪽이라 사실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무언가를 보면서 '와, 예쁘다'라던가,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보면서 '이건 디자인이 정말 쓰기 편하게 생겼다'라던가 하는 생각들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파고들어서 분석해보거나 그런 요소들을 내가 일하는데 적용해보려는 의지를 보인 적은 없었다. 당연하다. 전공 때도, 지금 일을 할 때도 이쪽의 기본 기조는 '꾸밀 시간에 내용이라도 한 줄 더 채워라'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이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오, 제 고등학교 친구가 두 명이나 디자이너예요!"하는 정도 뿐이었다. 그렇게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디자인이 사실..

After. 2023.11.12

'스토너'를 읽었다.

★★★☆ 이전에 미국의 어떤 유명인이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다른 책이랑 헷갈린 건지 누구인지는 아직도 못 찾았다) '소설가들의 소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기에 예전부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스토너'를 북클럽에서 함께 읽었다. 이런 소설을 북클럽에서 읽게 되면 좋은 점은, 초반에 몰입하게 되기까지가 조금 장벽이 있는데 함께 읽는 책이다 보니 그 장벽을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읽어야만 하는 책이니까). 이처럼 '스토너'는 내가 느끼기엔 초반 진입 장벽이 조금 있는 책이었지만, 특정 시점을 넘긴 이후부터는 유려하게, 그리고 때로는 내가 읽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흘러가는 소설이었다. 사실 '이 소설은 이러한 내용의 소설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것..

After. 2023.09.17

'모든 삶은 흐른다'를 읽었다.

★★☆ '모든 삶은 흐른다'는 바다와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짧은 여러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영감이 되는 바다와 관련된 주제 (예: 항해)와 그를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 (예: 멀리 떠날 수 있는 용기)을 적어놓고 시작해서 각자 원하는 주제에 맞게 선택해서 읽을 수 있는 자유로운 구성의 책이었다.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매번 한두편씩 읽고 잠드는 식으로 이책을 읽었는데, 간만에 책을 읽을 때 큰 마음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 전체를 통해 배의 선장처럼 본인 삶을 직접 항해하는 사람이 되되, 힘든 순간에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여유와 낭만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

After. 2023.08.02

'GPT 제너레이션'을 읽었다. (feat. ChatGPT 사용 후기)

★★★☆ 북클럽 같이 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GPT 제너레이션'을 읽었다. 미래 전망에 대해 논하는 책들을 잘 읽는 편은 아니라 처음 책을 펴기까지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펼치고 나니 쉽게 잘 읽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어보기 전의 나처럼) ChatGPT에 대해 많이 들어보긴 했으나 실제로 이용해본 적은 없는 사람들, 혹은 간단한 대화 정도까지도 해보았고 그 능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게 좋을지 감이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길잡이용으로 추천해볼만한 책이라고 느꼈다. 거꾸로 말하면 ChatGPT 이용 경험이 이미 많고, 본인 업무나 자기계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다소 시시하다고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ChatGPT가 무엇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

After. 2023.06.20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었다.

★★★★ 철학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어쩌면 이 사회의 마이너에 속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철학 관련 서적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몇 번 시도해봤던 책들이 항상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했기 때문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걸지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나처럼 철학에 관심도 있고 얕게나마 알고는 싶지만 머리 싸매고 힘겹게 독서할 기력은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시간순, 혹은 철학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중요도 순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가 현실을 살아갈 때 효용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선별한 철학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철학에 대해 관심만 있지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내가 느끼기에도 다루는 내용이 얕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After. 2023.06.18

‘H마트에서 울다’를 읽었다.

★★★★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라는 문장과 함께 시작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도 울겠는데.’하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생각보다 그렇게 울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부모님, 특히 엄마에 대해선 한없이 약해지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떨 땐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대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와 식탁에 나란히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점심을 먹는 순간들을 사랑했지만 여전히 엄마와 떨어져살고 엄마가 나의 내밀한 삶의 면모들을 잘 모르는 게 더 좋다. 엄마의 삶을 존경하면서도 때로는 아주 깊은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한심해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의 꽤나 많은 점들을 도무지 이해..

After. 2023.05.2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 대개 그렇지만, 이 책 역시 내용에 대해 깊이 알고서 고른 책은 아니었다. 그저 한창 문학 도서들만 탐닉하고 있던 스스로에게 ‘그래도 가끔은 비문학도 읽으면서 교양 좀 쌓아야 하지 않겠니’하고 질책하던 시기에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났을 뿐이다. 책의 표지가 예뻤고, 과학 분야 추천 도서 코너에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앞의 100페이지 가량은 ‘음, 조금 지루하지만 과학적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의 에필로그까지 읽고 덮었을 때 이건 과학 도서의 탈을 쓴 인문학 도서라고 느꼈다. 이 책은 위대한 (혹은 위대했던) 과학자의 발자취를 집착적으로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그의 인간적/학문적 과오를 발견하고, 결국 얻고자 했던 것은 하나도 건지지 못한 폐허의 ..

After. 2023.05.07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봤다.

★★★★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하지만 우리는 오늘의 행복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봤다. 그리고 이 글은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라기 보다는, 이 영화의 주제와 관련되어 내가 종종 느끼는 딜레마, 는 너무 과도한 표현이고, 사소한 고민에 관한 글이다. 이 글과 별개로 나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힐링이라는 표현이 너무 사회에서 남발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 영화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꼭 하고 싶은 얘기는, 도대체 저런 제목은 누가 지었는가… 이다. 영화의 원제는 ‘Christopher Robin’인데, 원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곰돌이 푸보다도 크리스토퍼 ..

After.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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