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를 읽었다.

0koh 2023. 11. 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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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전공이었던 통계학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인 엔지니어링도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쪽이라 사실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무언가를 보면서 '와, 예쁘다'라던가,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보면서 '이건 디자인이 정말 쓰기 편하게 생겼다'라던가 하는 생각들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파고들어서 분석해보거나 그런 요소들을 내가 일하는데 적용해보려는 의지를 보인 적은 없었다. 당연하다. 전공 때도, 지금 일을 할 때도 이쪽의 기본 기조는 '꾸밀 시간에 내용이라도 한 줄 더 채워라'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이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오, 제 고등학교 친구가 두 명이나 디자이너예요!"하는 정도 뿐이었다. 그렇게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디자인이 사실은 얼마나 일상에 스며들어있는 요소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과 전혀 관련 없는 계통의 전공자이자 종사자로서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만이 디자인이 아님을 책 전체를 통해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각적 요소들은 디자인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들이다. 하지만 내가 시각적 요소로서의 디자인이 나와는 거리가 먼 무언가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건 '예쁘게' 꾸미는 영역이고, 그건 나에게는 없는 재능의 영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판단은 꽤 정확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시각적 디자인 역시 단순히 심미적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목표가 아님을 배웠다.

진정한 디자인은 목표한 기능이 최적으로 구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관점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할 때 효율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모든 사고들을 포함한다.

 

사실 다소 큰 규모의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워낙 조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계 엔진처럼 돌아가다보니 내 일과 내 일이 아닌 것의 경계가 너무 명확해지곤 한다. 때로는 그게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점에서 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단 난 할 일 다했고 이건 내가 담당한 업무가 아니니 전혀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쉽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람을 단 한 가지의 일에만 능숙한 바보로 만들기 쉽다고도 느낀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하는 일이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어느 단계에 있는지, 그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내가 일을 할 때 중점을 두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일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함께 일하는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고 그들을 이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으로 유능한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유능한 디자이너와 유능한 엔지니어가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은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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