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향덕은 아닙니다만] 줄리엣 해즈 어 건 (Juliette has a gun) 낫 어 퍼퓸 (Not a Perfume) EDP

0koh 2024. 9.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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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기템들을 좋아하고
시향해보고 싶은 리스트는 잔뜩 있으면서
정작 시향해보거나 사용한 뒤 향이 어땠는지 잊는 경우가 많아서 남겨보는 시리즈.
 
한 줄 감상평: 그냥... 살 냄새. 그 이상 어떤 표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 고유의 살 냄새를 증폭시키는 향수.

 

향수 관련 유튜브 영상 등을 찾아보다 보면 '단일 분자 향수'니 뭐니 할 때

빠지지 않고 항상 이 향수 얘기가 나와서 처음 알게 된 향수였다.

 

사실 사람에 따라 발향이 달라지는 향수로는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르 라보의 어나더 13이 있었고,

나는 어나더 13에게 아주 큰 버림을 받은 사람으로서 (라식 수술대 냄새...)

사람마다 발향이 달라진다는 분자 향수들에 대해 약간 망설임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낫 어 퍼퓸은 시/착향까지 모두 해본 바로는,

나처럼 어나더 13에게 개큰버림을 받은 사람이라도 기 죽지 말고 도전해볼 만한 향수다.

 

솔직히 낫 어 퍼퓸을 시향지에 뿌려서 맡아봤을 때는 정말 아무 냄새도 맡아지지 않아서 ㅎ

(나는 어나더 13은 오히려 시향지에서는 꽤나 포근한 향조를 느꼈었다)

반신반의 하면서 뿌려봤는데

나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정말 투명하고 촉촉한 살결 냄새로 올라왔다.

 

~향 바디워시로 씻었을 때의 향, ~향 바디로션을 발랐을 때의 향 같은 느낌의 향수야 꽤 있지만

낫 어 퍼퓸은 그런 느낌이 아니고

정말 깨끗한 살 냄새를 그냥 좀 더 잘 맡아지도록 증폭시키는 느낌이었다.

 

나는 종종 몸의 피부가 뒤집어질 때가 있어서

바디워시와 바디로션은 철저하게 기능성의 무향 제품만을 사용하는데,

그런 내가 딱 씻고 나와서 바디로션을 바르고 났을 때 내 팔에 코를 묻으면 나는 향이 난다.

 

어떤 외부 향조의 개입도 없이

내 가장 청결한 상태의 피부 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분?

물론 향의 특성이 이렇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잘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발향되는 제품은 아니다.

 

이렇게 촉촉하고 청결한 살결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사실 이러한 분자 향수는 착향하는 사람에 따라 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어떤 향으로 다가올지 예상이 전혀 되진 않지만

나에겐 투명하고 깨끗한 인간의 살 그 자체의 향으로 다가와서

어떤 향이 나길 원하기 보다 정석적으로 단정하고 청결해 보이고 싶을 때 이 향수를 뿌릴 것 같다.

 

근데 이 자체로 큰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친구는 아니라서

다른 향수와 함께 레이어링 해서 인핸서 용도로 사용하는게 좀 더 이 향수를 백분 활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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